사나랑 처음 만난 날은 2015년의 봄, 5월 23일이다.
나는 이 녀석을 실물로 본 적은 없었다.
그저 나의 아주 오래된 친구가 "너랑 똑같이 생긴 고양이가 있어" 하며 사진을 보내왔을 뿐이다.
7년이 지난 지금도 어디가 똑같은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만나기까지는 서로에게 큰 문제가 있었다. 당시의 우리 집(현재 살고 있는 곳)은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고, 이 녀석은 갈 곳이 없이 버림받을 예정인 녀석이었다.
나는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자취를 시작했었고, 집주인은 고양이를 들이는 것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녀석이 만난 첫 번째 주인(이라고 하기도 무척 불쾌함)은 아주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와 사나는 집주인 몰래 동거를 시작했다.
2015년 6월의 어느 날이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우리는 정말 서로의 목숨을 살렸다.
최악인 못된 첫 번째 주인 때문에 아주 작고 마르고 때만 못생긴 아기 고양이는 학대당하고 버려졌다.
"오면 온다고, 가면 간다고, 밥을 먹으면 먹는다고, 안 먹으면 안 먹는다고"
각종 이유로 아기 고양이는 맞아야 했다.
아주 자랑스럽게 "싫어하는 친구가 준 고양이라서 때렸다"라고 했다.
심지어 버린다고 예고까지 한 정말 대단한 인간이었다.
그 못생긴 아기 고양이는 내 목숨을 구해주었다.
무서웠던 범행의 자리에 나는 피해자였고 가해자는 내 몸을 더듬었다.
위기의 순간에 어떻게 행동하라는 매뉴얼까지 내 뇌에서는 사라졌고 시공간이 멈췄다.
"야옹!"
네가 울어준 덕분에 나는 시간이 다시 흘러가고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올바른 판단을 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가해자는 처벌을 받았다. 아주 약한 벌이지만 그래도 큰 위협은 되었을 것이다.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못생긴 아기 고양이, 사나 덕분이다.
그렇게 6개월을 잘 버티는 동안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다.
비밀스러운 동거를 하고 생명을 구해주고 다투기도 하고 하면서 정이 들었는데 집주인 아줌마에게 들켜서 사나는 쫓겨났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퇴거를 명령했고 (고양이만) 그렇게 갈 곳이 없어진 사나는 내 친구의 집에서 머물게 되었다.
내 친구의 집에서 머무는 동안에도 사나와 나는 정말 애틋했다.
내가 머리색을 바꾸고 등장해도 살갑게 맞이해줬다.
시간이 조금 흘러 중성화 수술을 했고, 어떻게 하다 보니 사나는 나와 손잡고 우리 집에 입장했다.
우리 집은 사나 가 무서워하는 아버지와, 나 다음으로 좋아하는 어머니, 그리고 거의 남매에 가까운 너와 내가 산다.
아빠랑 친해진 기간은 4년 정도 걸렸지만 , 아직도 친하지 않다.
사나는 전 주인이 40대 남성, 검은색 옷을 주로 입었는지 중년 남성을 유독 무서워한다.
남성 자체를 다 무서워하긴 한다.
형부가 오셨을 때마다 정말 무서워서 멈춰있다.
아버지랑 사나 가 처음 대면했을 때는 둘 다 무서워했다.
아버지는 큰 짐승을 무서워했고 사나는 그때 벌써 6kg 이 육박한 성장기 어른 고양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나는 정말로 중년남성을 무서워했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이 멈췄다.
사나는 정말 무서우면 멈춘다.
내가 그랬듯 사나도 그렇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정말 너무 무서우면 아무 생각이 들지 않나 보다. 그저 멈춰있을 뿐이다.
사나 가 아버지를 보고 움직이는데 까지 걸린 시간은 4년이 걸렸다.
덩치가 정말 큰 고양이지만 어렸을 때 당한 기억은 평생 가는 것 같다.
겨울이라서 롱 패딩을 주로 입고 다니는 나를 보고 놀라서 멈춰있거나 도망가는 고양이를 볼 때면 마음이 아주 아프다.
조금만 더 빨리 만났어야 했는데, 정말 미안하다.
그래도 이제는 도망갔다가 아닌 것 같다 싶은지 다시 돌아온다.
큰 눈이 겁을 먹은 표정을 하다가 다시 슬금슬금 돌아온다.
아주 감사한 일이다.
사나는 앞서서 말했지만 정말 못생긴 아기 고양이였다.
5개월 고양이는 3개월령의 고양이와 비슷한 무게였고, 못된 전주인은 고양이를 공장에 방치했다.
먼지가 푹 쌓인 더러운 공장에서 5개월 정도 방치되었던 고양이는 결국 마음의 병과 피부병을 얻게 되었다.
피부병은 엘라이신, 프로폴리스, 밀크씨슬, 크릴 오일, 프로바이오틱스를 번갈아가며 꾸준히 먹이니 나아졌지만 마음의 병은 나아진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조금 나아진 점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내 고양이의 못생김이다.
정말로 못생긴 고양이였기 때문에 미래가 전혀 궁금하지 않으니 내 친구들은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에 대해 만장일치하였다. 모두 동의한 수술이었을 정도로 내 고양이는 못생겼었다.
매일 밤 고양이가 잠든 귀에 "잘생겨져라 너는 꽃미남이다 기죽지 마라 사랑한다"를 세 번 속삭였다.
믿기지 않겠지만 한 달이 지나니 예뻐졌다.
내 고양이는 잘생긴 고양이였다!
내가 너무 열렬하게 사랑했더니 너무나 잘생겨진 것이다.
얏호!
동네 고양이들과 친구들의 고양이를 합쳐도 내 고양이가 가장 예쁘고 멋있고 잘생겼고 거대하다.
이 정도면 진짜 환골탈태 아닌가 싶다.
이것이 바로 역변이라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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