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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한 연습

고양이 이야기

by 사나눈나 2022. 2. 1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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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기 

사나는 처음 만나서 6개월간은 안는 것 자체를 극혐 하는 고양이였다.

여전히 안아서 올리는 자체는 너무 싫어한다. 사나는 (내 생각에) 자기를 갖다 버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꾸준히 매일매일 여러번씩 앉아서도 안아보고 조금 높아진 상태로 (엉거주춤 서있는 집사) 들어 올리기도 하고 내 심장소리를 들어보세요 하는 느낌으로 꼭 끌어안기도 하고 자면서 팔베개도 해주고 토닥이기도 해주었다.

 

들어 올려서 안는 것 자체는 처음에는 소리를 지르면서 도망갔다.

7년이 지난 지금은 들어 올려서 안아서 30초 정도는 가만히 있지만 여전히 불안해한다.

한 5년쯤 되었을 때 일이다. 사나를 들어 올려서 안았는데 또 소리를 지르면서 도망가려고 하길래 "괜찮아. 아무도 널 해치지 않아. 여긴 너의 집이고 나는 너를 보호해 줄 거야 괜찮아"라고 한 적이 있다. 너무 불안해하니까 나도 모르게 했던 말이다.

그런데 사나 가 듣기에 아주 안심이 되었는지 가만히 나를 보다가 폭 안겨주었다. 정말이지 감동했다. 그 이후로도 안아 올리면 습관으로 너는 괜찮다고 말해주는 게 일상이 되었다.

당연히 이게 한다고 하는 거지만 고양이가 싫다면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래도 꼭 안아주긴 한다.

물론 목욕할 때는 어쩔 수 없다. 미안하다.... 

2. 쓰다듬기

이 소제목을 당최 어떻게 작성할지 고민을 좀 했다. 이것이 '교감'인지 '쓰다듬'인지 헷갈린다는 말이다.

연습을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감은 전체적인 부분이고 쓰다듬은 그 일부이기 때문에 쓰다듬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림 그릴때 저런 표정으로 있으면 만져드려야죠

아무튼간에, 사나는 쓰다듬는걸 정말 좋아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나는 내 옆에서 왜 쓰다듬지 않느냐고 협박을 한다. 고양이에게는 협박 특유의 목소리가 있는데, 

"우우웅... 우우웅!"

이라고 울부짖는다. 그럴 때에는 한번 많이 만져주는 게 답이다.

그 모든 쓰다듬기 중에서 사나 가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무릎 위에서 쓰다듬기'와 '궁둥이 쳐주기'라는 방법이다.

집사의 손을 쉬지 않고 놀리게끔 하는 것이 사나의 목표가 아닐까 싶은데, 하다가 중간에 멈추면 자비 없는 꼬리의 공격이 날아온다. 

특히나 '무릎 위에서 쓰다듬기' 같은 경우에는 안아 올리는 자체를 싫어하는 사나에 게 특효약이 되어주었다.

그렇다. '무릎 냥이' 고양이로 진화한 것이다. 

내가 글을 쓰거나 혹은 일을 하거나 책상 위에 오래 앉아있어야 할 타이밍이 있다. 사나에 게 관심을 주지 못하고 컴퓨터라는 존재에게 빼앗긴 타이밍을 말한다. 사나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무릎 위에 안착한다.

그리고 사정 없이 만지라고 손을 끌어오고 정말 아련하게 쳐다본다.

그래도 쓰다듬지 않으면 무자비한 꼬리 공격과 살짝 물어 내 관심을 끌어 만지게 한다.

그러다가 자신의 개인 시간이 다가오면 정말 정없이 시간을 보내러 가는 것을 보는데 그때는 정말 서운하기도 하다. 

 

3. 그리기 

나의 취미는 그림 그리기, 영상편집(촬영, 편집), 타로점 (누구에게 해주는 것을 좋아한다)이다.

그중에서 '그림 그리기' 취미는 정말로 고양이만 그린다. 사나 만 열심히 그리고 싶었지만 나에게는 재능이라는 것이 별로 존재하지 않아서 흰색 고양이 그리기가 가장 어렵다는 사실을... 그리고 내 고양이를 잘 그리기가 정말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더 오기가 생기더라.

그래서 남의 집 고양이와 친구 집 고양이를 열심히 그렸다.

한 번은 공모전(떨어짐)을 준비하면서 사나를 그린 적이 있다.

이게.. 나?

정말 만족스럽지 못하다. 나는 야매로 그림을 배웠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만 그림을 그린다.

그래도 나는 열심히 그려서 언젠가 사나를 더 잘 그려보고 싶다.

 

4. 문 닫기

고양이에게 '문 닫기'는 정말 필수 요소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기 때문에 집안을 영역으로 지정하고는 그 밖을 벗어나는 것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냥 인간의 생각일 뿐이었다.

사나 가 다섯살이 되었던 해에 어머니께서는 환기를 위해 창문(방충망 포함)을 열어두셨고, 퇴근을 하는 나의 발소리를 들은 사나가 밖으로 나와버린 것이다. 오면서 어디서 익숙한 고양이 소리를 들었다 했는데 우리 집 애였고 결론을 말하자면 사나는 가출을 해버린 것이다! 

사람의 부주의로 이렇게 가출을 해버린 고양이들이 사나 말고 무척 많다는 것이다.  울며불며 동네를 돌아다녔는데 , 그때 정말 신기하게도 동네 고양이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겨울에 추울 적에 동네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곤 했는데 그 고양이들이 자라나서 동네 주인 냥이들이 되어있었고, 내 고양이를 찾아 방황하는 나를 위해 따라오라는 듯이 길을 안내했다. 그 길을 따라가 "사나야!"하고 소리 지르니 저 어딘가에서 애처롭게"우애옹... 우웅 와앙!!!!!!!!" 하고 우는 것이다. 그렇게 사나의 위치를 파악했다. 

집 나간 고양이의 위치를 찾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 녀석을 어떻게 잡느냐가 문제였다.

그래서 동물농장에 전화했더니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런 문제로 전화를 거는 사람이 엄청 많은 모양이다) 

1. 고양이 분변을 집 주변에 놔두세요 

2. 고양이 분변을 걔가 나간 자리에 놔두세요(이때 나갔을 때와 같은 환경을 만들어 주라고 했다)

 

그리고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정말 충격적 이게도 고양이들은 가출하고 일주일이 지나면 거의 찾지 못한다고 한다. 하루하루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종족이라는 것이다...! 

 

마음이 너무 급하여 사는 빌라의 주인에게도 양해를 구하고 동네에 사시는 분들에게 모두 양해를 구하여 고양이를 어떻게든 돌아오게 하려고 하다가 (전단지도 붙였다) 울면서 집에 돌아왔다.

 

정말로 효과가 있었는 것은 고양이 분변을 나간 자리에 놔두는 것이었다.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어머니께서는 고양이가 돌아올 수 있게 기도나 하자고 하셨다(어머니는 독실한 불교 신자이시다)

기도가 무슨 대수냐 할 수 있겠지만 간절하게 기도를 했다. (이 부분은 진짜 기분이 나쁘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했으니 이거라도 믿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밖에서 자꾸 푸드덕 딸랑!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내 고양이가 가출했을 때는 목에 방울을 달았다. 그래서 이 녀석이 근처에 있으면 소리가 "딸랑" 하고 나고는 했다.

(그 이후로 방울 차면 또 나갈까 봐 다시는 하지 않지만)

 

그 밤에.. 야밤에!!! 푸드덕 거리는 소리와 딸랑 거리는 소리가 반복되더니 갑자기 고양이가 돌아왔다.

그때 우리 집 3층인데 어떻게....? (고양이의 점프력은 위대했다)

 

어머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개선장군처럼 들어와서 캔을 먹었다" 

 

아무튼 우리 집 고양이는 집에 잘 돌아왔다.  집이라고 생각해줘서 들어온 건지 아니면 역시 집 나가면 고생이라고 생각해서 들어온 건지는 모르지만 정말 고마웠다. 

하마터면 나는 어머니를 원망할 뻔했고 어머니는 최악의 실수를 저지를 뻔 한 사고를 막아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실수를 하게 놔둔 나 스스로도 원망했을 것이고 사나를 잘 돌보지 못한 내 자신을 정말 원망했을 것이 분명했기에 정말 정말 감사하다.

 

그 이후로 방묘창을 달았고, 사나는 한번 더 집을 나갔다.

이번에는 아버지가 문을 열고 나가셨다.

 

대문을 열고 나가셨고, 내가 사라지니 고양이가 따라서 나왔다는 것이다. 

학원 수업 중이었는데 고양이가 없어졌다는 소리에 놀라서 학원을 박차고 나왔다.

다행스럽게도 사나는 빌라 현관문(비밀번호 눌러야 됨)에 가로막혀서 벌벌 떨고 있었고 집에 잘 넣었다.

 

아버지는 정말 많이 혼이 나셨지만 아직도 종종 문을 열고 나가신다! (진짜 왜 그러시지)

뒷사람이 꼭 문단속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교훈이다.

 

이에 대해 매일같이 아버지께 잔소리를 (거의 랩 수준) 했더니 이제는 문을 잘 닫으신다. 

이사 와서도 사나 가 또 나간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현관문에 가로막힘. 고맙다 현관문들아!) 그 사건을 직접 보고 나니 깨달은 것이 많으셨나 보다. 

 

문단속을 철저히 하자.

우리의 작은 실수로도 고양이는 바깥세상이 궁금할 수 있다.

 

고양이에게 바깥세상은 미로와도 같다고 한다. 궁금해하지 말라고 하자... 그냥 나가지 말아 줘 제발... 잘할게! 

 

사나 가 성격이 조금 더 용기 있었고 조금 더 호기심이 많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정말 아찔하다.

 

문을 잘 닫자.

 

고양이가 가출하지 않도록 말이다.

밖에서 나는 새소리가 신기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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