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우면 정말 시체처럼 자기 때문에 조용히 자는 편이다.
그런데 사나는 코를 곤다. 잠꼬대도 한다.
심지어 귀엽기까지 하다.
사나 가 꿈을 꾸고 있을 때 기습을 해서 "사나 무슨 꿈 꿔?" 하고 물어보면 사나는 대답까지 해준다.
"웅앍....." 하고 말이다.
그러다가 꿈에서 사냥이라도 하는지 발을 허우적허우적 뛰는 느낌이 들 때는 "사나 달려! 사냥하자 아이고 잘한다"라고 소곤소곤 말해주면 "우웅... 와웅... 골골골"하는 맥락이 될 때가 있다.
꿈에서 뭘 잡았는지 알려주면 참 좋을텐데 말이다.
사나는 다섯 살 때부터 코를 골았다. 아저씨가 분명하다.
고양이 아저씨라 그런지 코를 정말 거하게 곤다.
깊이 잠들었을때는 코에서 지진이라도 난 듯 "구우우 어어어 크어어어어어억" 하고 코를 곤다.
한 번은, 어머니께서 내가 자꾸 코를 곤다고 하셨다.
사실 알고보니 사나 가 옆에서 자면서 코를 고는 것이었다.
우리 집 코 골기 대장은 아버지셨는데 이제 사나도 부대장 직급을 달 건지... 거하게 코를 곤다.
가끔 코를 고는걸 볼 때면, 건강에 이상이 있어서 코를 고는 건 아닐까 하고 걱정이 될 때가 있다.
사람처럼 비중격만곡증이 있다던가 그런 문제로 발생하는 것일까 봐 걱정이 된다. 다음번에 병원에 가거들랑 꼭 물어봐야겠다.
지금은 사나의 개인시간이다. 지금 내가 가서 놀자고 아무리 들이대 봐야 놀아주지 않는다. 물릴 뿐이다.
지금은 사나의 개인시간을 보내는 타이밍인데 주로 잔다. 나도 사나랑 같이 누워서 자고 싶은데 사나는 허락하지 않는다는 표시로 꼬리로 팡팡 친다. 이 녀석의 꼬리는 아주 강력한 근육으로 되어있어서 진짜 아프다. 지금이야 꼬리에 털이 풍성한 겨울철이라 좀 덜 아픈데 여름철에 털을 밀고 나서 있을 때면 진짜 공룡 꼬리에 맞는 기분이 든다. 캥거루들이 싸울 때 꼬리로 지지해놓고 펀치 때리고 니킥 날리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까 정말 퍽! 소리가 나는 고양이 꼬리는 강력하다.
하루에 두번정도 개인 시간을 가지는 나의 고양이는 내가 있을 때는 보통 내 옆에 있지만 내가 출근했을 때는 없어져서 잠만 잔다고 한다(아버지 피셜) 내가 일찍 오거나 하면 자기 개인 시간을 보내지만 내 옆에는 있고 싶은지 같이는 있는데 만지지는 못하게 하고 오지도 못하게 하는 묘한.... 거리감을 둔다.
잘 알수는 없지만 나도 개인 시간을 존중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고양이의 개인 시간도 존중한다.
그렇지만 내 옆에서 개인시간을 보내는 걸 보고 있자면 꼭 끌어안고 뽀뽀를 여러 번 해주고 싶은데 받아주지 않으니까 슬프다. 넌 내 애완~~~~~~~고양이인데에~~~~~~~(아님) 나와 당연히 놀아줘야 하는 거 아니니 (이것도 아님) 너의 역할은 인간에게 행복을 주는 거잖아~ (맞긴 하는데 애매하게 아님) 옆에서 이렇게 칭얼대면 냥냥 펀치(강력함)나 정말 깨물기 때문에 적당히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나와 고양이의 해피 라이프를 위해서.
고양이는 정말 귀여워서 사람의 심장을 건강하게 하려고 세상에 온 동물이 확실하다.
자신이 얼마나 귀여운지 잘 알고 있는것이 분명하다.
집중을 하는 사나는 미간에 주름이 지고 귀가 앞으로 쏠리고, 수염도 앞으로 쏠리고, 무려 주둥이가 쭈욱 나온다.
뽕실하게 생겼기 때문에 이것을 '뽕주 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도넛 같은 통통한 입이 앞으로 쭈욱 나온다는 자체가 너무 귀엽다.
집중을 해서 무언가를 잡으려고 할때 이 녀석은 앞발이 먼저 나오는 게 아니라 입이 와아! 하고 벌려진다.
그렇다. 뽕주둥이는 다름 아닌 입을 벌리기 위한 일종의 장치였던 것이다.
호기심이 더 가는 물건이나 장난감일수록 뽕주둥이는 더 탱글(?)해지고는 한다.
세상 고민이 많은 표정으로 관심가지는 것에 관한 시선도 빼놓을 수 없다. 묘하게 멍청하게 생긴 것이...
역시 고양이는 빙청미(멍청한 표정에서 진짜 귀엽다는 것을 뜻함)를 가진 것이 분명하다.
오늘도 사나의 뽕주 둥이를 꼭 쪼물쪼물 만져줘야겠다.
만지는 김에 야매로 근막 마사지도 해주면서 만지면 무척 좋아하니 그렇게 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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