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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친구들과 함께 하는 삶

고양이 이야기

by 사나눈나 2022. 2. 15.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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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퇴근길

퇴근을 하고 있노라면 집에 가는 길에 어린이집 하나가 있다.

밤이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아이들 하나 없는 곳에서 아이들이 있다.

"부스럭" 하는 소리와 함께 어린이집을 지키는 소나무 위에서 소리가 난다.

"아이고 아기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한 달 정도 되어 보이는 아주 자그마한 아이들이 나무에서 나와 눈이 마주친다.

그 옆에 치즈 냥이가 함께 있다. 

어제는 엄마고양이가 없더니, 아마도 엄마 고양이인 모양이다.

주렁주렁 귀여운 고양이 친구들이 매달려있다. 아무래도 이 나무는 풍성한 열매가 달린 것이 분명하다.

뭐야 저리가 무서워!

같은 퇴근길을 지나면 항상 아기고양이가 나무 위에서 부스럭거리다 나와 눈이 마주친다.

그제는 엄마고양이가 바닥에 있었고 아기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엄마를 찾는다.

"해치지 않아 진정해봐" 해도 나는 고양이 언어를 알리가 없기 때문에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고양이식 언어라는 눈 키스를 날려보지만 잘못하면 '널 없애버리겠어' 하는 공격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적당히 해야 한다.

내일은 꼭 엄마 고양이든, 아기 고양이들이든, 간식을 챙겨주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주렁주렁 매달린 고양이들을 보며 집으로 간다.

 

2. 유기묘 봉사

이번 주 토요일은 길에 버려져 다친 친구들이 잠깐 쉬었다가는 쉼터에 봉사를 가기로 했다.

매번 방문하긴 했는데 하필이면 쉼터에 있는 아가 중 하나가 '범백'이라는 고양이 백혈병에 걸리는 바람에 쉼터에 있는 항체가 없는(주로 아기들이 항체가 없다) 고양이들이 다 비상이 걸려서 한 아가는 고양이 별로 가버렸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조금 더 따뜻한 곳에서 쉬다가 갈 것이지 그렇게 빨리 가다니 무척 슬펐다.

아무튼간에, 고양이 별로 아직 갈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싶은 아기들도 범백이 옮아서 사경을 헤매었다.

이 범백이라는 못된 병은, 사람의 백혈병과는 비슷하지만 전염성이 매우 강해서 항체가 없으면 온갖 합병증이 올 수도 있고 백혈구 감소로 인해 죽음까지 이르게 된다. 

그래서 한동안  쉼터를 갈 수가 없었다. 아가들이 얼른 낫기만을 바랬을 뿐이다.

아가들이 쉼터를 지키는 봉사자분들의 손에 수액을 맞으며 점점 나아진다는 소식이 들렸고, 이쯤 되면 범백이 없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쉼터를 다시 방문해보고자 한다. 사실 범백이 얼마나 전염성이 강한지는 모르겠는데 만약에 아직도 범백이 죽지 않고 살아서 쉼터를 습격하고 있는 거라면 꺼려지기는 한다.

왜냐하면 우리 집 고양이 하나는 비실비실한 고양이이기 때문이다. 조만간 건강검진을 꼭 시켜줄 예정인데.. 과연 이번 주에 봉사를 갈 수 있을까? 조금 걱정이 된다.

 

3. 자두

2번 소제목에서 말한 대로, 쉼터라는 곳은 다친 친구들이 잠깐 쉬었다가는 곳이다. 그곳에는 아주 귀여운 스위트가이가 하나 있는데 이름은 '자두'이다. 

자두는 처음에 봤을 때 "뭔가 익숙한데..."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알고 보니 머리가 큰 것이 우리 집 고양이 사나랑 닮았다) 두 번째 봤을 때는 사람을 아주 좋아하는 친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두는 길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리가 3개뿐이고 치아는 구내염이 있어서 전발 치를 했다고 한다.

어디서 들었는데, 동물에게는 다리가 잘렸다고 해서 환상통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과거의 기억에 맴도는 게 아니라 현재를 열심히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없어진 다리를 그리워하는 건 인간뿐이라고 했다.

밑에 있는 친구는 열심히 범백을 이겨내고있는 구미

그래서 그런지 자두는 다리가 세 개뿐이어도 아주 활발하다. 사냥놀이도 잘하고 애교도 많고 심지어 빗질까지 잘한다.

게다가 밥도 잘 먹고 (치아가 없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듯하다) 간식도 잘 먹는다.

그루밍도 어찌나 잘하는지 한쪽 다리가 없어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 같다.

한쪽 있는 다리는 정말 탄탄해서 만지면 근육이 탄탄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자두는 고양이보다 사람을 더 좋아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구미가 범백을 치료하러 입원하기 전만 해도 자두랑 구미는 함께 있었지만 구미를 무척 귀찮아했다.

많이 팍팍 쓰다듬어도 싫어했다.

자기주장이 강한 고양이 '자두'인 것이다.

최근에 들은 소식에는 자두가 전에 있던 봉사자님의 집에서 다른 아이들을 괴롭혔다는데 많이 놀랐다.

애교도 많고 멋지고 스위트 한 자두가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다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자두는 쉼터에 와서 안전하다고 느껴서 더 이상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지 않는 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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